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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과 남첩을 둔 여인.

 

 

지금으로부터 5백여 년 전. 조선왕조 9대 임금인 성종(成宗)은 사주팔자에 관심을 갖고 있던 어느 날, 한 신하를 불러놓고 좋은 날을 골라 자신과 같은 생년, 생월, 생일, 생시에 출생한 사람을 찾아오라는 어명을 내렸다.

 

어명을 받은 신하는 온 나라를 샅샅이 뒤져본 결과, 성종 임금과 사주팔자가 똑 같은 한 여인을 데리고 왔다.

 

그 여인의 뛰어난 미모와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막힘이 없는 언변은 보통 여인과는 사뭇 달랐다. 한 마디로 여걸이라고 함이 오히려 옳은 표현일 것이었다.

 

서울에 산다는 그 여인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을 죽 늘어놓았다. "소인은 조상 대대로 풍요로움을 누려온 가문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머리가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 사물을 보면 예리한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버님께서는 소인을 유별나게 사랑해 주었사옵니다. 나이가 들자 아버님의 권유에 따라 인품이 고결하기로 유명한 선비와 결혼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뜻하지 않게 남편이 급사하는 바람에 졸지에 청상과부가 되고 마는 지경에 이르렀사옵니다. 남정네의 정을 모르는 채 밤이면 남 모르는 슬픔과 번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독수공방을 하다가도 낮이 되면 양반체면을 도외시하지 못하는 지라 주로 역사책을 탐독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사옵니다."

 

성종 임금은 자신하고 사주가 같다면 무엇인가 일치하는 점이 있어야 될 텐데 그렇지 못하여 이상하다 생각한 나머지 그 여인을 향하여 엄중한 어명을 내렸다.

"그대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지금까지 한 말에 거짓이 있을 망정 용서하겠으나 계속 엉뚱한 거짓말로 짐을 희롱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니라."

 

성종 임금으로부터 엄명을 받은 여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상감마마,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소인을 죽여주세요." 라며 본분을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것은 사실이나 부자란 말은 거짓이었사옵니다. 사실은 몹시 궁핍하게 찌든 생활이라 종살이를 하다가 주인집이 노비 첩에서 면제를 시켜주고 중매를 해서 결혼하게 되었사옵니다."

 

성종은 여인이 종살이에서 면제돼 남편이 죽은 시기 등을 대조 해 본 결과 그 여인이 종살이 인명부에서 면제받던 날 성종은 정식으로 임금이 되었고 여인의 남편이 죽던 날 성종 임금은 왕비를 잃게 되었음을 알고 기이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성종 임금은 십여 명이나 되는 많은 후궁을 거느리고 있는 터라 그에 상응한 운명을 찾아보고자 더욱 자세히 물었다.

 

그러자, 그 여인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성종 임금에게, "상감마마, 소인이 무슨 말씀을 드려도 괜찮은 지요?" 하고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자. 성종 임금은, "모든 것을 알아보고자 모처럼 어려운 자리를 마련했으니, 티끌만큼도 거짓없이 털어놓는 게 짐을 돕는 길이오." 라며 털어놓을 것을 종용했다.

 

그랬더니, 여인은 그제야 미소를 띠면서, "소인은 옛날 중국 어느 왕비가 정부를 10여 명 두었듯이 소인 또한 공교롭게도 열세명의 남 첩을 두고 밤을 즐기고 있사옵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에, 성종 임금은 그 여인이 신분은 다르지만, 자신이 한나라의 군왕계(君王界)에서 임금으로 즉위하고, 왕비가 일찍 죽은 것과 후궁을 열세 명이나 둔 것 등의 사주팔자와 여인이 종살이에서 면제는 되었으나, 남편이 일찍 죽은 것이며, 남 첩을 열세 명 둔 것의 사주팔자는 같은 생년월일시의 운명으로 서로 환경만 다를 뿐 그때그때 상황이 서로 대응되게 나타난 것이라고 심증을 굳히고 운명이란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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