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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의 목을 매달다
원제 : 계경주지(繫頸住持)
전라북도 김제에 있는 금산사(金山寺)에는 한 때, 여승(女僧:
比丘尼)들이 수도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인화라고 하는 여승은 음탕하고도 교묘하기 짝이 없어서 여러 차례 남승(男僧: 比丘)을
비롯하여 남자 신도들을 매혹시켰었다.
그러자, 주지 혜능은 이에 크게 분개하여 모든 승려를 모아 놓고,
"우리는 의당히 계율을 엄격히 지켜야 할 것인즉, 어찌 한 아녀자로 인하여 더럽힘을 당해서 되겠는가?." 하고 인화를 쫓아내도록 하고, 다만
남승으로 하여금 음식과 의복을 맡게 하여 비로소 도장(道場)이 맑고 정숙하게 되었다.
어느 날. 혜능이 절 문을 나서서, 마침 인화의 집 앞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이것을 담 울타리 틈 사이로 엿 본 인화는 "이 중놈이야말로 낚기가 쉽겠구나." 하고는 장담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모여있던 여러 중들은 인화의 말을 듣고서, "네가 만일에 주지 혜능 스님을 낚는다면, 이 절의 전토(全土) 일체(一切)를 너에게 주겠노라." 고
하며 내기를 하였던 것이다.
이 말은 들은 인화는, "그러지. 내 의당히 저 중놈의 목을 내일 아침
절 앞에 있는 커다란 고목나무 밑에 매달 것이니, 그대들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계시오." 하고는 곧장 머리를 땋고 효경(孝經)을 옆에 끼고 주지
혜능을 찾아갔었다.
혜능은 그의 얼굴이 너무 예쁜 자태를 보고서, "넌 누구 집
아들이냐?" 하고 묻자. 인화는 "저는 아무 곳에 살고 있는 선비 집 아들이 온대, 전임 주지께 글을 배웠으나, 폐문(閉文)한 지 벌써 오래
되었으므로 감히 찾아와서 뵙는 것이랍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혜능은 인화로 하여금 그의 앞에서 글을 읽게 하였는데, 경문의
구두 떼는 것이 몹시 분명하고, 목청이 청량(淸亮)하였으므로 혜능은, "가히 가르칠 만 하겠구나." 하며 크게 기뻐하고는 이내 유숙을 시켰었다.
그랬더니, 인화는 잠이 들어서 거짓으로 섬어( 語: 잠꼬대)를 짓는
것이었다. 이것을 본 혜능은 인화를 불러 자기의 잠자리로 끌어들이고 보니, 이는 남자가 아니고 곧 아리따운 한 여인이었으니, 혜능은 "아이고
이게 웬일이야." 하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인화는 "스님! 저는 곧 인화입니다. 사내와 계집사이의 커다란
정욕은 곧 천지가 물건을 점지하신 참된 마음이었으므로, 옛날에 아난(阿難)은 마등가녀(摩登迦女)란 음녀(淫女)에게 혼미(昏迷)하였고,
나한(羅漢)은 운간(雲間)에 떨어졌거늘, 하물며 스님께서 그 두 분에게 미치지 못하겠습니까." 하며 혜능을 매혹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혜능은, "아! 애석하구나. 이제 나도 법계로 이룩된
몸을 헐게 되었구나." 하고는 곧 서로 정교를 통하게 되었는데, 그 순간 인화는 거짓으로 배가 아픈 시늉을 하며, 그 소리가 문 밖으로 들리도록
하자.
혜능은 남들이 알까 보아 두려워하여 엉겁결에 자기의 입으로 인화의 입을
막아 소리나는 것을 방지하였다.
그러자. 인화는 더욱 아픈 표정을 지으며 "스님! 저의 병이 매우
급하오니, 날이 밝기 시작하거든 저를 업어서 절 문 밖 고목나무 밑까지만 데려다 주시면, 저 혼자서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집으로 돌아가리라."
하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혜능은 그의 말에 하는 수 없이 인화를 등에 업고 인화로 하여금 두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껴안게 하고 절 문을 나서려는 그 찰나였다. 인화는 짐짓 두 손의 힘이 풀어진 듯이 하여 몸을 땅 위에 떨어뜨리고는,
"아이고, 배는 아프고 스님의 등은 높아서 아무리 손으로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으니 허리띠를 풀어서 스님 목덜미에 두르고 두 손으로써 잡는다면
떨어지지 아니할 듯합니다." 하고 통성(痛聲)을 내는 것이었다. 그러자, 혜능은 또, 그가 원하는 대로하고서 고목나무 밑에 이르자. 여러 중들이
이미 나와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를 본 혜능은 창황망조(蒼黃罔措)하는 표정을 짓는 순간. 인화는 벌떡
일어나서 허리띠를 잡아당겨 혜능의 목을 졸라매어 이끌고는 중들이 모여있는 앞으로 다가서면서, "이것이 이 중놈의 목을 매단 것이 아니고
뭐더냐." 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이에 중들은 이 광경을 보고서 크게 놀라고 결국에는 그들의 전토(全土)를 인화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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